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80.2% 매출변동 느껴
전국 각지에서 시위 벌여.."참을만큼 참았다"
폐업에 최대 3000만원 이상 소요..돈 없어서 폐업 못해
정부, 피해 소상공인에게 지원금만 달랑..근본적 대안은?
코로나19 이후로 영업금지, 영업제한이 강화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빚에 내몰리고 있다.
[NCS뉴스 서성인 기자] 대한민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대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1년 간 자영업자들은 내내 겨울 속에 살았다.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만큼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설 연휴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이어지며, 설 대목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밤 9시만 되면 영업제한이 되는 자영업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서울 모처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라면 치가 떨리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메르스, 사스 사태를 생각하고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장기화 되면서 도저히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탄한다. 새벽 손님이 많았던 A씨는 아홉시 이후 영업금지 업종에 속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었다.
A씨는 “매출은 줄었지만 임대료, 공과금 등 유지비용 등 고정적인 지출은 그대로”라며 “1년 넘게 손실이 지속되는데 100만 원, 200만 원 지원금 가끔 받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손실이 누적된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폐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1차, 2차 유행 이후에 점차 강화되고 있는 거리두기 수칙은 현재 9시 이후 영업금지, 5인 이상 집합금지로 까지 확대되며 소상공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가게는 9시 이후 영업을 못하게 되면서 배달 시스템을 이용해 영업을 이어가지만 여건 상 배달 자체가 불가한 업종도 많다. 이들은 최소한 자정까지라도 영업시간을 늘려달라고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다.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 다수가 그 원인을 매출 부진으로 꼽았다.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 다수가 그 원인을 매출 부진으로 꼽았다.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폐업사유 1위 역시나 '매출부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지난 1월 21일 발표한 ‘소상공인 사업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한 소상공인들은 80.2%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 이상은 코로나19로 매출변동을 느꼈다는 것.
그중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부의 영업금지, 영업제한 업종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의 대응방안에 대한 질문에 ▲근로시간 조정 47.5% ▲기존인력감축 45.8% ▲신규채용 축소 37.5% 순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소상공인의 피해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인원 감소 뿐 아니라 사업주 본인들 마저 폐업으로 실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듦과 동시에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최종 수단으로 폐업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 결과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 중 86.3%가 매출부진으로 폐업을 결정했다.
매출 부진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쉽게 폐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폐업에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매출 부진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쉽게 폐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폐업에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에게는 폐업조차 쉽지 않다. 폐업을 하는데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출부진과 부채로 폐업을 결정하는데, 그마저도 다시 빚을 내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폐업비용이란 폐업 시 철거원상복구비용, 사업장, 고용인력, 영업 관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이는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폐업비용 설문조사 결과 55.3%가 1000만원 미만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15.3%가 1000만 원 이상 1500만원 미만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3000만 원 이상 고액의 비용을 소요한 사업장도 9%나 있었다.
폐업을 하는데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적게는 1000만 원 이하에서 많게는 3000만 원 이상 까지 발생하는 폐업 비용은, 매출 부진으로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에게 두 번의 절망을 안겼다.
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소상공인 "무기한 점등 시위"예고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방역수칙에 반기를 든 소상공인들은 결국 거리로 나왔다. 1년 동안 방역수칙을 준수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질 않고, 영업제한은 지속되면서 “더는 견딜 수 없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지난 2월 3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시위를 벌이며 영업시간을 9시에서 12시까지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코인노래방, PC방, 식당, 당구장, 헬스장 등 방역수칙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모여 12시까지 영업시간을 늘려주지 않으면 ‘무기한 점등 시위’를 벌이겠다며 강한 입장을 내비췄다.
‘무기한 점등 시위‘란 영업을 하지 않지만 가게의 불을 전부 켜두는 시위다. 이들은 모두 ‘더 이상 방역수칙으로 인한 피해를 버틸 수 없다’며 호소했다.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동성로에서도 이어졌다. 대구 동성로 클럽 골목에서 클럽을 운영 중인 영업자 6명과 부산 서면, 광주 상무지구에서 클럽을 운영 중인 영업자들이 동시에 1인 시위를 벌인 것.
앞서 정부는 감성주점, 콜라텍, 유흥주점, 클럽 등과 같은 유흥시설 역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영업시간 제한 및 집합금지 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들은 “방역을 위해 몇 개월 간 손실을 감수했으나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건물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빚내서 장사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이번 서울 광진구 소재 포차끝판왕의 변칙영업은 소상공인들의 인내를 끊는 계기가 됐다. 해당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버젓이 헌팅술집으로 운영해왔는데,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공론화가 없었다는 것에 반발이 심해졌다.
누군가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무한정 문을 닫고 있는데, 일부가 변칙영업으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이득을 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나 감시·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금지,영업제한 완화를 기다리다 지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영업금지,영업제한 완화를 기다리다 지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재난지원금으로 입막는 정부..근본적 대안 필요
정부에서는 영업금지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다양한 지원금 정책을 펼치며 소상공입 돕기에 나섰다. 이미 수차례 추경을 통해 3차 재난 지원금이 나간 상태지만, 국회에서는 4차 재난 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에서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을 지급했다.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란 연 매출 4억 미만의 일반 업종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인 영업제한, 집합금지 등의 사유로 매출이 하락한 소상공인들은 대상으로 각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지원금이다. 지난 2020년 9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단 3개월 만에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들은 필요한 것이 지원금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푸드코트에서 요식업을 운영 중인 B씨는 “지원금이 아니라 영업이 가능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어 “제대로 감시·감독이 없으니 결국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안 지켜도 되는 수칙이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영업시간이나 업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방역수칙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시기가 길어질수록 생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며 “지원금으로 해결할 문제는 한계가 있으며 영업시간을 늘리거나 집합금지를 완화시키는 등 철저한 방역 안에서 영업이 가능하도록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요식업과 숙박업 자영업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의 생계가 이들의 영업 대책에 달려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결국 도미노처럼 임대인과 기업도 쓰러져갈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방역 수칙이 절실하다.